쓰고싶은거

계절을 기억하는 방법

kimZ 2024. 11. 11. 15:13

겨울의 향기, 그리고 라떼

 

  나는 계절을 냄새로 가장 먼저 느낀다. 냄새로 계절이 느껴질 때 새로운 계절에 대한 설레임이 가슴 가득히 피어오른다.

그 중 겨울의 냄새는 가장 복잡하고 가장 설레임을 주는 향이다. 겨울이 다가오는 가을의 끝자락 냄새는 촉촉하면서도 습하지는 않고, 차갑지만 개운하고 깨끗한 느낌의 향이다. 여름 가을 내내 뜨거웠던 햇살이 따듯하고 포근하게 느껴지는 그런 따듯함도 섞여있다. 내가 태어난 계절이 그럴까? 유독 겨울은 포근하게 느껴지고 겨울의 추억들은 그렇게 기억되어 진다.

 

  겨울의 향기가 코끝을 스치면, 나는 한가득 숨을 가슴 속에 담는다. 그러고 나면 항상 따듯한 라떼가 생각난다. 한 겨울 따듯한 라떼는 나에게 어떤 향수를 자극하는데 딱히 돌아가고 싶은 시기가 있다기 보다는 그 시절 느꼈던 분위기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내가 한 겨울 라떼의 따듯함을 처음 알게 된 건 대학 시절 사귄 친구 덕분이었다. 그 애는 여름이 오기 전까지는 따듯한 바닐라 라떼만 먹었는데, 나는 그 친구를 알기 전까지는 한 겨울 김이 모락 모락 피어오르는 따듯한 라떼의 맛을 알지 못했다. 그 시절 처음 사귄 친구에 대한 동경인지 아니면 먹방을 보다 같은 메뉴를 시켜 먹게 되는 심리 같은 것이었는지 아메리카노 말고는 입에 대지도 않던 나는 라떼, 그것도 바닐라 라떼를 충동적으로 시켰다. 처음 바닐라 라떼를 먹던 그 겨울부터 우리는 대학 캠퍼스의 유일한 테라스에서 함께 모든 계절을 보냈다. 나의 겨울을 더욱 포근하게 해주는 사건이었다.

 

  친구를 사귄 기쁨 때문이었는지 처음 먹어 본 라떼의 달달함 덕분인지 겨울이 주는 포근함 때문인지 그때의 기억은 나에게 오래도록 가슴을 몽글거리게 하는 추억으로 남아있다. 벌써 그 때로부터 10년도 넘는 시간이 지났고 지금은 바닐라라떼가 아닌 토피넛 라떼를 먹고는 하지만 문득 겨울의 공기가 느껴지면 항상 그때의 설레임이 내 마음을 붕 뜨게 한다. 그러면 나는 어김없이 따듯한 라떼를 사러 카페에 가고 차가운 공기를 얼굴로 맞으며 손과 마음에는 온기를 품고 하루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