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싶은거

무슨 일이 있던 거야?

kimZ 2024. 12. 2. 09:12

다정해도 괜찮아

 

  언제부터인가 나는 다정하면 안되는 병에 걸렸다. 착하게 굴면 호구인 줄 안다. 화 내지 않으면 손해 본다. 예민하게 굴어야 한나라도 더 얻는다. 그런 사고 방식에 사로 잡혔다. 옛말에  '맹모삼천지교' 라는 말이 있다. 맹자의 엄마가 맹자가 상인들 흉내내며 노는 것을 보고 교육에 올바르지 않은 환경 탓이라고 생각하여 맹자의 공부를 위해 공자를 모시던 곳 근처로 이사를 갔고 맹자가 그곳의 관원들을 보고 따라 하며 공부 했다는 이야기인데 나의 사고 방식 또한 그런 것의 일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환경과 상관 없이 자신이 생각한 길을 가는 사람들이 있지만 잘 휩쓸리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후자였다.

 

   나는 9년이란 시간 동안 병원에서 환자들을 보며 지냈다. 환자들은 기본적으로 아픔을 가지고 병원에 온다. 몸이 아프거나 몸 때문에 마음까지 아프기도 한 사람들이 많다. 환자들은 병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오지만 이상하게도 병원 문턱을 넘어 들어오는 순간 의심병이라는 병을 하나 더 얻는 것 같았다.  순서는 제대로 들어가는지 검사는 제대로 된 건지 그리고 자신이 몰라서 당하는건 없는지 항상 예민해져 있었다. 그런 곳에서 10년 가까이 일해서 그럴까 어느 순간 나는 병원에서 환자들을 보며 웃고 무던하게 대하다가도 병원 밖을 나서면 내가 의심병을 얻게 되었다. 한 없이 예민해지고 까칠해졌다. 다정함을 잃어버렸다. 그러나 그것을 깨닫지 못했고 예민함은 점점 내 몸과 내 주변을 병들게 했다. 어느날은 남편이 크게 웃는게 신경에 거슬렸고 짜증을 내던 나를 발견했다.

 

  어느 순간 다정함을 잊고 살았다. 예전에는 다정하려 하지 않아도 다정함이 흘러 나왔던 것 같은데 이제는 생각을 하고 노력을 해야 다정해질 수 있었다. 다정해도 손해보는게 아닌데 지하철에서 어때를 부딪히는 사람을위해 살짝 피해주는 것도 지는 것같고 어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도 지는 것 같았다. 다정해도 괜찮다. 세상에 좀 다정한다고 내가 지는 것은 아니다. 만약 나의 다정함 때문에 손해를 본다고 해도 스스로 다정하고 싶었고 그 다정함을 지켜 냈다는 점에서 이미 손해라고 할 수 없다. 세상은 내가 보는대로 보인다. 세상에는 좋고 나쁘고 긍정과 부정과 양가적인 것, 다양한 의미들이 존재한다. 

 

  많은 것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내가 세상을 어떻게 선택하는지에 따라, 나의 관점에 따라 세상이 바뀐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바뀐다는 말은 내가 선택한 세상을 본다는 이야기다. 그러나까 내가 보는 관점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는 이야기다. 컵에 물이 반이 차 있는 것을 보고 누군가는 반이나 차있다, 누군가는 반 밖에 없다 말하는 그 관점의 차이 말이다. 그러나 그 관점을 유지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수시로 나는 다정함 보다는 예민함을 선택하게 된다. 다정함을 지키는 것은 어렵고 예민함을 가지는 것은 너무나 쉬운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