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14. 09:22ㆍ쓰고싶은거
러키 비키잖아, 액땜했다.
오늘은 수능 날이다. 수능은 온 세대에 걸쳐 영향을 주는 사건인 거 같다. 수능을 보는 이들, 수능 덕에 한 시간 늦게 출근하거나 쉬는 이들, 자식의 수능을 응원하는 이들. 우리 삶에 전반적인 부분에서 수능이라는 단 하루 그 몇 시간은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수능은 한국인의 대부분의 인생에서 대단한 사건인 것이다. 나는 그 어디에도 속한 사람이 아닌대도 불구하고 오늘 아침 전철역을 가던 중 살면서 처음 새 똥을 맞았고 그러면서 "수능 같이 대단한 날에 새똥을 맞다니? 이건 무슨 징조지?" 같은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오늘 좋은 일이 있으려나? 얼마나 좋은 일이 있으려고 살면서 처음 새똥을 수능날 맞지?"같은 행복회로를 돌렸다.
한 동안 아이돌 장원영이 한 '러키비키'라는 말이 유행했다. 어떤 불편한 상황이나 힘든 상황에서 행복 회로를 돌리는 문장이었다. 그 말이 한 참 유행하면서 다들 이렇게 살아야 한다며 '원영적 사고'라는 말도 함께 유행이 되었는데 생각의 전환을 의미하는 뜻으로 많이 쓰였다. 오늘 처음으로 새 똥을 맞으면서 나는 "얼나나 운수가 좋으려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화장실에 가서 새똥을 닦아 내면서 헛웃음이 나고 로또나 사야 하나 생각을 하면서 러키비키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러키비키 마인드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저 단어만 바뀌었을 뿐. 우리는 오래전부터 '액땜했다.'라는 말로 부정적이거나 힘든 일들을 극복해 왔다. 하루 중에 불길한 일이 있으면 '오늘 액땜했다.', '이 정도인 게 다행이다.' 그렇게 말하면서 안 좋은 일도 좋은 일로 만들어버렸던 민족이었다. 러키비키는 단지 오늘날의 언어로 바뀌었을 뿐. 우리는 항상 러키비키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몸이 아프면 그것을 이겨내려고 엔도르핀을 분비하 듯이 우리는 힘들거나 불편하고 부정적인 것을 마주했을 때 오히려 긍정적인 말을 뱉어내면서 받아내 버린다.
사람 생각하는 거 다 똑같다. 가끔 철학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마음인데 이게 삶의 지혜에서도 나온다. 옛날 어른들말 틀린 거 하나 없다던 말. 고지식하고 속칭 꼰대들이나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는데 내가 그 꼰대가 되어 버린 것일까? 요즘은 그래, 사람 생각하는 게 다 같다. 크게 다르지 않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오늘 새 똥도 맞고 완전 러키비키잖아! 액땜했으니까 오늘 하루 좋은 일만 가득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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